2012년 1월 12일 목요일

2011년 스페인 여행기(2) -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만약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한 가지를 추천하라면  저는 한치도 주저하지 않고 이 사람을 택할 것입니다.  바로 하늘이 내린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그 주인공입니다.  '천재' 라는 수식어 조차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진짜 천재  그가 가우디 입니다.

12년 전 바르셀로나 도심을 거닐다가 출렁이는 외관을 가진 건물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것이 제가 가우디를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한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12년 전 사진
이 건물을 비롯해서 도시 여기저기에 산재된 그의 건축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우디의 자료를 뒤적이고 전시회도 찾아다니면서 그의 진면목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고. 드디어 12년 만에 다시 카사 미야(Casa Milla) 앞에 섰습니다. 

현재도 사람이 실거주하고 있는 이 건물은 돌을 깎아 만든 유선형의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건물로 유명하지요.  가우디가 그랬답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12년 지났어도 나무가 그대로네
가우디는 철제 가공 실력은 집안 내력

미야의 맞은 편에는 카사 바티유(Casa Batllo)가 있습니다. 카사 미야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카사 바티유는 화려한 색상과 장식을 하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입장료를 내면 내부와 옥상 관람
건물의 외관을 자세히 보면 뼈와 해골의 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의 애칭은 해골의 집입니다.
뼈 기둥과 해골 테라스가 보이시나요
그런데 이 건축물의 진가는 내부와 옥상에 있습니다. 내부에는 자연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건물 속 정원과 용의 심장 장식 계단이 유명하고요, 옥상에는 용의 허리를 형상화한 지붕 라인이 걸작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붕은 뭐라할까....(침묵).... 글로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거금(?) 주고 산 카사 바티유 옥상 지붕 미니어처로 대치합니다. 
딱, 이런 분위기- 용 허리 같나요?
가우디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는 타일을 즐겨 쓴다는 점입니다.
구엘 공원(Parc Guell)으로 가서 타일 공예 구경 좀 해보겠습니다.

구엘 공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원으로 유명합니다만 그냥 스쳐 가듯이 보면 그 비밀을 발견 못 하고 건너뛸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공원 내 여기저기에는 돌로 쌓아 만든 기묘한 돌기둥이 산재해 있습니다. 산비탈에 다층 구조의 공원을 만들다 보니 기둥들이 필요했던 건데 공사중 발생하는 돌을 기둥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이 기둥이 떠 바치고 있는 건 아마도 산책로가 아닌가 싶은데 올라가서 확인해 봅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리고 저 돌 화분 좀 보세요. 
뿌리가 꽤 깊에 내려간다네요
이런 식으로 돌 하나라도 함부로 쓰지 않고 주변 경관과의 조화와 건축학적 구조를 고려해서 공원 건설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돌은 무지 많았던 듯

다음은 구엘 공원 내 또 다른 명소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리스의 신전을 카피한 기둥들이 돔형 천정을 바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천정에는 태양과 사계절을 상징하는 모자이크 타일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은 저 기둥들에 있습니다. 내부가 비어 있는 것이지요. 비어있는 기둥 내부로는 빗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자 그럼 위로 올라 가 보겠습니다. 아, 상층부에는 공원 광장이 위치하고 있네요.
엄청 큰 광장이 있고 둘레를 뱀 모양의 벤치가 둘러 싸고 있어요
비가 오면 땅속으로 스며든 빗물은 좀전에 본 그리스식 기둥 내부를 따라 공원 하층부로 흘러가서 저장되는 것입니다. 저장된 빗물의 사용처는 어디가 될까요. 다시 아래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앗, 도마뱀이다
그렇습니다. 바로 도마뱀 분수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우디의 디테일이 돋보이는군요. 여기서 잠시 정보 하나. 이 도마뱀은 사실 가우디의 원형이 아닙니다. 2007년 2월에 반달리즘을 주창하는 일단의 젊은이들에 의해 머리 부위가 파괴가 되는 불상사가 있었고 이를 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하니 반문명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상징물이기도 한답니다.

자, 다음은 너무나 유명한 성가족 성당 -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입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가우디 건축의 최고봉입니다.  
완공 후 최고 높이는 170m 가량 
건물이 착공에 들어간것이 1882년이고 가우디가 타계할 당시인 1926년의 공정율은 25% 정도 였다고 합니다. 2010년에 이르러서야 50% 공정을 달성했고 가우티 타계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아직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한 말 그대로 세기의 건축물입니다.
1999년 방문 때 찍은 사진
워낙 오랜 시간에 걸쳐 건물을 지어서 그런지 외벽 색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쪽이 동쪽
건물의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지만 세밀함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건물의 세 벽면을 따라 예수의 탄생, 수난, 영광을 주제로 하는 파사드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쪽에 있는 탄생 파사드는 가우디 생전에 주요 부분이 완성이 된것으로 사실적인 묘사가특징인 파사드 입니다. 예수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묘사한 이 작품은 2010년이 되어서야 일본인 조각가에 의해 마지막 과제였던 15 천사상을 끝으로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탄생 파사드 - 매우 정교한 묘사가 특징
반면, 서쪽에 있는 수난 파사드는 1950년대에 또 다른 조각가에 의해 작업이 되었는데 사실적인 묘사대신 추상적이고 직선적인 조각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수난 파사드 -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요

이번 방문에서는 입장객 줄이 너무 길어서 내부 관람은 하지 않았지만 내부에도 놓쳐서는 안 될 가우디의 유산이 즐비합니다. 

마치 숲속을 연상 시키는 내부 인테리어라던가, 기하학적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틀어지고 갈라진 기둥 구조는 그가 왜 천재임을 설명하는 증거입니다. 이 밖에 이 건물을 짓는 과정을 석고 모형으로 재연한 전시실도 따로 있고, 타워를 타고 올라가서 탑의 내부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이렇게 가우디의 건축물을 관람하다 보면 이 사람의 독창성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독창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가우디는 그의 독창성의 근원을 자연에서 찾습니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독창적인 작품이며 자신은 단지 그것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는 몬세라토(Montseratt) 산입니다. 왜냐하면 이곳 이 바로 가우디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안겨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60 Km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원래부터 유서깊은 성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보통은 버스 투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한다는데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벗어나서 1시간 가량 단조로운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갑자기 지형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오르막 길이 나타납니다. 단순히 가파를 뿐 아니라 좌우로 심하게 굽어 있습니다. 
차선폭은 무척 좁고, 한쪽은 낭떠러지인데 안전 펜스로 없는 도로를 올라 가려니 낭패입니다. 상하행 차들이 서로 교차할 때 마다 아찔한 순간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습니다. 
몬세라토 올라가다 찍은 아래 마을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정상. 범상치 않은 그러나 왠지 익숙한 풍경이 펼쳐 집니다. 둥글둥글하면서 푸근한 느낌을 주는 바위에서 부터, 뾰족하지만 안정감 있는 기둥형의 바위, 그리고 바위 위에 있는 십자가까지. 마치 한편의 가우디 작품을 보는듯한  광경이었습니다.
가우디는 여기서 '선'을 배웠을지도...
자연의 독창적인 건축물
절벽위의 십자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성당
이렇게 몬세라토를 직접 보고나니 가우디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는 말이 한번에 설명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와이프가 말하더군요. 이 도시는 가우디 덕분에 먹고 사는거 같다고. 100% 동의했습니다. 위대한 건축가가 남긴 흔적은 너무도 강렬하게 바르셀로나 곳곳에 스며 들어 있었습니다.

2012년 1월 4일 수요일

2011년 스페인 여행기(1) - 스페인 한 번 더

작년에 스페인을 다녀오면서 당분간은 안 올 줄 알았습니다.
올해는 지인들과 리조트형 휴양지에서 좀 편안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결국 운명은 다시 한번 이곳으로 인도를 합니다.
아무래도 작년 여정에서 바르셀로나를 제외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나 봅니다.

바르셀로나는 신혼 여행때 1박2일로 잠시 들렸던 적이 있는 도시입니다. 
당시 마드리드에서 야간 침대 열차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왔었지요.  
산츠역에 도착한 시간은 이른 오전. 
호텔 예약도 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도착해서 공중 전화 붙잡고 호텔마다 전화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하면 뭘 믿고 그랬는지 이해가 안갑니다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했다라는 말 밖엔...

정말이지 무지했던게, 
당시에는 바르셀로나를 그저 황영조가 몬주익에서 금메달 딴 도시로만 인지하고 있었으니 
이 환상적인 도시에 대한 모독이었죠. 

하지만 단 반나절의 투어를 통해서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엄청난 내공과 매력에 반할 수 밖에 없었고 
반드시 다음에 제대로 공부해서 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12년이 걸린셈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서, 
인근의 와이너리와 지방 도시를 둘러보고, 
피게레스까지 여행하는 스페인편과, 
프랑스의 유명 와인 산지인 부르고뉴 지방을 둘러보는 프랑스편으로 구성됩니다. 
대충의 여행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2010년 보르도 여행기(6) - 보르도(Bordeaux)시의 야경

오늘(2010년 9월27일)은 마드리드부터 시작된 약 2주간의 스페인-프랑스 여행의 마지막 1박을 남겨 놓은 날입니다. 내일이면 보르도역에서 TGV로 파리로 이동해서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편에 몸이 실려 있을 것입니다

보르도로 돌아와서 차를 반납하고 호텔에 투숙을 하니 벌써 해가 어둑어둑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보르도 시내의 교통 지옥에 한번 당하고, 렌터카 리턴하는 곳에서 입차가 안되는 황당한 일 한번 겪고, 만원 트램에 낑겨서 호텔까지 올 때 까지만 해도 보르도는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만...보르도의 야경은 왜 이 도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게 됩니다.

먼저 우리가 묵었던 리젠트 그랜드 호텔의 모습 입니다.
가격만 착했더라면...
보르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통도 편했지만 서비스의 수준이 엄청났습니다. 시설 좋은 리조트 호텔이야 여러 곳이 있겠지만 호텔의 ‘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느껴보는 건 거의 처음인것 같습니다. 갑자기 70년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더군요.
고풍스러울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호텔 앞 광장을 마주 보고는 18세기에 지어진 대극장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가 이곳을 벤치마크 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지닌 건물입니다.
12 기둥에 12 여신상
호텔 건물 1층에는 별도의 출입구를 가진 포숑(Fauchon)의 마카룽 가게가 있었는데, 매장 연출이 예술 수준이라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마카룽을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 보일 정도 였습니다.
프랑스에선 마카룽을 - 강추입니다
보르도의 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뿜고 있습니다. 어딜간던 볼 수 있는 화강암 건물과 은은한 간접 조명은 여기가 보르도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저를 사로잡은 것은 가론 강가에 위치한 물의 거울(Water Mirror) 이었습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찍은 모습은 사실 특별할게 없었습니다. 큰 광장에 얕고 잔잔한 물을 채웠다가 가끔씩 증기를 내뿜으면서 안개 효과를 내는 수준이었지요.
낮에는 이런데...
그런데, 저녁 식사 후 어둠이 완전히 내린 후 다시 들른 이곳은 환상 그 자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의 보르도 주식 거래소 건물이 물의 거울속으로 완벽하게 빨려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과학 - 반사율과 굴절율의 조화
참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이곳은 또 하나의 보르도 랜드마크가 되어 이곳을 방문한 전세계 방문객에게 지울 수 없는 각인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의 가론강가를 보니까 현지 청소년들이 한국 걸그룹의 춤과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희가 옆을 지나가니까 더 신이나서 춤을 추는데 곧잘 합니다. 저야 걸그룹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코드가 전세계 청소년의 감성 코드와 일치한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이 날은 보르도의 밤거리를 원없이 걷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 * *
2010년 9월28일.

오늘은 2주간의 모든 여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날입니다.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생 장역에 도착합니다. 역사에서 이곳 저곳 두리번 거리니까 여지 없이 누군가가 와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하네요. 이 분은 툴루즈로 출장간다는 노신사인데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지만 성심껏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벌써 이런 도움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보르도 생 장 역

파리에서는 몽파나스역에서 내렸습니다. 이곳에서 에어프랑스가 운행하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 됩니다. 버스가 파리의 어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데 갑자기 거대한 에펠탑이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저게 왜 여기있지? "

그리곤 자문자답.
"여기 파리잖아!"
여러모로 파리는 깨는 도시

2010년 보르도 여행기(5) - 드라이브하면서 만나는 와이너리들

생 테밀리옹 이틀째 날은 별다른 계획없이 발길 닿는대로 주변 와이너리 순례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이날이 일요일인지라 교통량도 한산하고 해서 드라이브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생 테밀리옹(Saint Émilion)
먼저 와이너리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인포메이션 센터로 향합니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한쪽 벽면에는 엄청난게 큰 와인 지도가 걸려 있었는데, 방문객이 와이너리 이름이 쓰여진 버튼을 누르면 지도의 LED에 불이 켜지면서 위치를 알려주더군요. 그런데 샤토의 수가 생각보다 엄청 많았습니다. 밀집도도 엄청나구요. 순간적으로 어디를 가야할지 모를정도로 멍해집니다. 그래도 들은 풍월로 몇몇 샤토의 위치를 파악하고 출발을 해봅니다.
널린게 와이너리라 신비감도 없어요
마을 초입을 벗어나자 마자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띕니다. 클로 데 자코뱅(Clos Des Jacobins)입니다. 저녁 식사 때 거만한 소믈리에가 자신 만만하게 서빙해 준 바로 그 와인이라서 그런지 뇌리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아담한 크기의 샤토입니다.
여기 와인만 생각하면 같이 먹었던 음식이 자동으로 떠올라요
다음으로 찾아보려는 와이너리는 생 테밀리옹을 대표하는 두 곳, 바로 샤토 오존(Chateau Ausone)과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입니다. 생 테밀리옹의 와인 품질 분류 체계는 특1등급인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와 그랑 크뤼 클라세로 분류가 됩니다.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는 다시 A등급과 B등급으로 나뉘는데 지금 제가 가보려 하는곳이 바로 A등급 인정을 받은 2곳입니다. 식당 가격 기준으로 병당 500유로를 상회하는 최고급 와인에 해당하는데  둘 다 카베르네 프랑과 멜롯을 주 품종으로 블렌딩을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샤토 오존은 4세기경 이 지역에 살았던 라틴 시인 오존의 이름을 따온 와이너리인데 규모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디에 붙어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은 잘도 찾는 모양인데, 대충 저기쯤 되겠거니 하고 감만잡고 왔더니 도무지 모습을 드러네질 않습니다. 그냥 패스합니다.

샤토 슈발 블랑은 이름에 화이트를 의미하는 블랑(Blanc)이 들어가서 사람들을 많이 횟갈려하는 와인입니다. 블랑은 이 지방을 상징하는 유명한 백마를 와인 이름에 사용하려다 보니 여차여차 해서 들어간 것이고 사실은 전형적인 레드 와인입니다.  생 테밀리옹과 포므롤에 걸쳐 있는 이 곳에 도착해보니, 이런... 리노베이션 중에 있습니다. 커다란 가림막이 입구를 막고 있었고 관계 차량만 통행을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지붕만 간신히
두 군데 와이너리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다시 시동을 거는데 길 맞은편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띕니다. 샤토 피작(Chateau Figeac)처럼 보입니다. 샤토 피작은 강의 오른편에 있지만 카베르네 쇼비뇽의 함유가 많은 관계로 서안의 와인과 가장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와인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름이 좀 틀립니다. 샤토 라 투르 드 팽 피작(Chateau La Tour Du Pin Figeac) 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이건 샤토 피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와이너리 였군요. 생 테밀리옹에서는 연속으로 헛방입니다.
속지말자 피작 - 피작 이름이 들어간 와이너리가 무려 151개

포므롤(Pomerol)
포므롤은 작은 도로 하나를 경계로 생 테밀리옹과 맞닿아 있는 작은 마을 입니다. 바로 옆마을이지만 분위기는 좀 더 조용하고 오밀조밀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포도를 수확하고 있는 아낙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다 여자분들
안내 표지판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보니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바로 페트뤼스(Petrus)와 샤토 르 팽(Chateau Le Pin).
페트뤼스는 가운데, 르 팽은 왼쪽 구하단에… 잘 보면 보여요
천천히 차를 몰고 움직이다 보니 페트뤼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지만 대단히 정갈한 모습의 건물입니다.

페트뤼스 앞에 샤토를 붙인 와이너리와는 구별
아시다시피 페트뤼스는 멜롯이 95% 이상 함유되어 있습니다. 수확철이라서 그런지 포도밭에는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열려 있습니다. 열매의 맛은 우리가 과일로 먹는 포도보다 훨씬 당도가 높습니다. 크기는 훨씬 작구요.
페트뤼스네 멜롯
샤토 르 팽은 재배 면적이 2 에이커, 그러니까 가로 세로 해봤자 100m 정도에 불과한 작은 와이너리입니다. 워낙 명성이 높아서 쉽게 찾을 수 있을것이라고 봤는데 주변을 아무리 돌아도 진입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의 밭을 빙글빙글 돌다가 대충 이곳이겠구나 하고 셔터를 누르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소테른(Sauternes)
보르도에서 남쪽으로 40 Km를 내려오면 귀부 와인의 산지 소테른에 도착합니다. 귀부는 귀하게 썩었다라는 영어의 Noble Rot을 한자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귀하게 썩게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은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라고 하는 귀부균의 작용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포도알이 썩어 가면서 수분은 증발되고, 알맹이가 작아지고 농축되어 매우 당도가 높은 상태가 되는데 이것으로 만든 와인이 바로 소테른의 스위트 와인이 되겠습니다.
Chateau Guiraud 앞의 안내판 - 일요일도 오픈하는 샤토
소테른 와인의 대표 주자는 역시 샤토 디캠(Chateau d’Yquem)입니다. 방문날이 일요일이라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고, 주변 포도밭을 산책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만 오픈
사실 소테른 와인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어서 와이너리를 봐도 감흥이 별로 없었습니다. 여행에서 말하는 소위 아는만큼 본다는게 와인의 경우에도 그대로 들어 맞는것 같더군요. 그래서  작전을 바꿔서 마을 중심부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프랑스의 와인 산지에는 마을마다 메종 드 뱅이라고 하는 일종의 자기네 마을 와인 홍보관이 하나씩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와인 설명과 함께 무료 테이스팅도 가능하고, 원하면 구입도 할 수 있습니다.
메종 드 소테른
이곳에 갔더니 정말이지 소테른 와인 천국이더군요. 테이스팅을 해보자고 했더니 취향을 물어 보면서 드라이한 것을 맛보겠냐고 합니다. 웬 드라이? 하고 있었는데 스위트 와인이면서도 드라이한것이 있고 매우 매우 매~우 달짝찌근 한것도 있다고 알려 줍니다. 양 극단을 먹어 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두 종류의 중가 와인을 내놓습니다. 소테른 와인은 보통 디저트로 먹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겨도 좋지만, 블루 치즈와 함께 먹으면 맛이 더 끝내 줄거라는 얘기며, 의외로 메인 코스의 가금류와도 잘 어울린다는 얘기 등 직원의 설명이 끝도 없습니다. 결국 여기를 나올 때 저의 손에는 시음 했던 두 병의 와인이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득템한 20 유로대의 소테른 와인들
마지막으로 가게 안에 진열된 95년 산 샤토 디캠입니다.  저 예술적인 색상 좀 보세요. 어휴…
100년도 버틴다는...

마고(Margaux)
보르도 와인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로 선택한 곳은 마고 마을입니다. 마고의 와인은 흔히 여성적이고 우아하다는 표현을 씁니다만, 실제로 마을 자체가 매우 정돈되고 잘 관리된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맨 처음 들린곳은 샤토 지스쿠스(Chateau Giscours) 입니다.

우람한 본관
메인 도로에서 다소 벗어나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진작 알았으면 이곳에서 1박을 했으면 좋을 곳이었습니다. 샤토 건물 자체도 좋았지만 넓직한 정원과 주차장,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 등 모든게 갖춰진 와이너리 였습니다. 위치도 메독 제일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에도 편해 보였습니다.
모든게 아름다웠던...
다음으로 옮겨간 곳은 이 마을의 지존, 샤토 마고(Chateau Margaux)입니다. 입구에 도착하니 중국 관광객을 태운 관광 버스가 있었습니다.
와인 가격 좀 오를지도...
먼저 밭을 둘러 보니 포도 나무 줄기가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평균 수령이 35년 정도 된다고 하니, 그 동안 봤던 포도 나무가 장난처럼 보이는군요.
뿌리는 얼마나 내려가 있을지
이곳은 방문객이 많아서 그런지 별도 주차 안내요원이 있더군요. 한국에서 마트에서 그러듯이 주차할 구획과 주차 간격을 일일히 지정해 주는 모습이 익숙한 듯 낯설게 느껴집니다.
샤토 마고 정문에서
포도밭을 따라서 길게 형성된 가로수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으로 샤토 마고의 간단 모드 방문을 마무리 합니다.
가로수길이 꽤 인상적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는 샤토 팔메(Chateau Palmer)입니다. 이곳은 사전에 미리 예약을 잡아 놓아 정식 투어가 예정된 곳입니다. 위치가 샤토 마고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야 투어 시간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만 보르도에서 오는 다른 예약자들이 나타나지를 않는 통에 15분 정도 늦게 저와 와이프만을 위한 단독 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단독 투어로 시작... 그룹 투어로 마감
먼저 밭으로 나가 봅니다. 포도를 수확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어려 보이길래 물어보니 그들은 16살 정도의 덴마크 학생들 이라고 합니다. 내일부터는 벨기에 농업 학교 학생들도 합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팔메는 설립 초기부터 지역 협력, 산학 협력을 강조 했기 때문에 전세계로 부터 신청을 받아 포도 수확철에 투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포도를 따는 일은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체력만 뒷받침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용돈 받고, 학점 따고, 체력 단련하니 좋고, 와이너리 입장에서는 비용 줄고, 잠재적 미래 고객 확보하니 좋으니 서로에게 ‘윈-윈’인것 같았습니다. 한가지 웃긴 점은 프랑스 학생은 말 안듣고 게을러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한숨과 함께 돌아온 점인데 뭐 농담이었겠죠.
인솔 교사가 제일 힘들답니다 ㅋㅋ
여기서 한가지 정보. 올해의 경우 이상 기온으로 포도 품질, 특히 멜롯의 품질이 매우 형편 없었다고 하네요. 그 대안으로 예년보다 수확 시기를 넘겨서 좀 시간을 벌면 발육이 좋아질까 기대도 했는데 오히려 수확 시기를 넘기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최단시간 내에 수확을 하는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3년 후 결과가 주목됩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투어를 이어가던 중, 다른 와이너리에서는 못보던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오크 배럴을 관리하는 건물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열심히 칠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설명인 즉, 오크통을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원래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채로 납품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가운데에 붉은색이 칠해져 있는 오크통은 와이너리에서 별도의 후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저걸 다 손으로 칠한다구?
투어의 마지막은 시음장에서 마무리 됩니다. 오늘의 시음은 샤토 팔메 1996년산과 세컨드 와인인 알터 이고 드 팔메(Alter Ego de Palmer) 2007년산 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멜롯이 각각 47%씩
음~~~부드러운 과일향과 제비꽃향은 확실하군요. 샤토 팔메는 15년이 지나면 마실 시기가 되는데 1996년산의 경우 디캔팅 후 30분 후 마시면 좋을거라고 합니다.
오른쪽이 퍼스트 라벨
투어를 마치고 나니까 기념으로 와이너리를 소개한 영문 책자를 하나 주네요.
이거 다 읽으면 박사될 듯
우리도 그냥 떠나려니까 웬지 섭섭한듯 해서 결국 우리가 시음했던 96년산 샤토 팔메 한병을 사들고 투어를 마감합니다.
직접 그린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