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2010년 보르도 여행기(6) - 보르도(Bordeaux)시의 야경

오늘(2010년 9월27일)은 마드리드부터 시작된 약 2주간의 스페인-프랑스 여행의 마지막 1박을 남겨 놓은 날입니다. 내일이면 보르도역에서 TGV로 파리로 이동해서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편에 몸이 실려 있을 것입니다

보르도로 돌아와서 차를 반납하고 호텔에 투숙을 하니 벌써 해가 어둑어둑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보르도 시내의 교통 지옥에 한번 당하고, 렌터카 리턴하는 곳에서 입차가 안되는 황당한 일 한번 겪고, 만원 트램에 낑겨서 호텔까지 올 때 까지만 해도 보르도는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만...보르도의 야경은 왜 이 도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게 됩니다.

먼저 우리가 묵었던 리젠트 그랜드 호텔의 모습 입니다.
가격만 착했더라면...
보르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교통도 편했지만 서비스의 수준이 엄청났습니다. 시설 좋은 리조트 호텔이야 여러 곳이 있겠지만 호텔의 ‘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느껴보는 건 거의 처음인것 같습니다. 갑자기 70년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더군요.
고풍스러울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호텔 앞 광장을 마주 보고는 18세기에 지어진 대극장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가 이곳을 벤치마크 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지닌 건물입니다.
12 기둥에 12 여신상
호텔 건물 1층에는 별도의 출입구를 가진 포숑(Fauchon)의 마카룽 가게가 있었는데, 매장 연출이 예술 수준이라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마카룽을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 보일 정도 였습니다.
프랑스에선 마카룽을 - 강추입니다
보르도의 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뿜고 있습니다. 어딜간던 볼 수 있는 화강암 건물과 은은한 간접 조명은 여기가 보르도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저를 사로잡은 것은 가론 강가에 위치한 물의 거울(Water Mirror) 이었습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찍은 모습은 사실 특별할게 없었습니다. 큰 광장에 얕고 잔잔한 물을 채웠다가 가끔씩 증기를 내뿜으면서 안개 효과를 내는 수준이었지요.
낮에는 이런데...
그런데, 저녁 식사 후 어둠이 완전히 내린 후 다시 들른 이곳은 환상 그 자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의 보르도 주식 거래소 건물이 물의 거울속으로 완벽하게 빨려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과학 - 반사율과 굴절율의 조화
참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이곳은 또 하나의 보르도 랜드마크가 되어 이곳을 방문한 전세계 방문객에게 지울 수 없는 각인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의 가론강가를 보니까 현지 청소년들이 한국 걸그룹의 춤과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저희가 옆을 지나가니까 더 신이나서 춤을 추는데 곧잘 합니다. 저야 걸그룹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코드가 전세계 청소년의 감성 코드와 일치한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이 날은 보르도의 밤거리를 원없이 걷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 * *
2010년 9월28일.

오늘은 2주간의 모든 여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날입니다.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생 장역에 도착합니다. 역사에서 이곳 저곳 두리번 거리니까 여지 없이 누군가가 와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하네요. 이 분은 툴루즈로 출장간다는 노신사인데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지만 성심껏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벌써 이런 도움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보르도 생 장 역

파리에서는 몽파나스역에서 내렸습니다. 이곳에서 에어프랑스가 운행하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 됩니다. 버스가 파리의 어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데 갑자기 거대한 에펠탑이 보입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저게 왜 여기있지? "

그리곤 자문자답.
"여기 파리잖아!"
여러모로 파리는 깨는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