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1일 일요일

2011년 부르고뉴 여행기(3) - 몽라세 마을

코르마탱 방문을 마치고 향한 다음번 행선지는 몽라세(Montrachet) 마을입니다. 네비게이션에서 로컬 옵션을 선택한 후 한적하다 못해 스산한 프랑스 농촌길을 따라 북으로 향합니다.
개미 한 마리 없었다는


이렇게 한 50분간 드라이브를 하니 드디어 몽라세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알려진 곳이죠. 마을의 광장 한복판에는 포도를 수확하는 농부상이 마을의 자긍심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기가 마을 중심
마을 자체야 뭐 특별한게 없습니다. 전형적인 프랑스 부자 농촌 마을의 모습입니다. 
마을을 후따닥 둘러보고 우리의 진짜 목적지인 올리비에 레플레브(Olivier Leflaive)의 와인 시음 식당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1층은 식당, 위층은 호텔


이 건물의 1층은 'La Table D'Olivier Leflaive' 라는 와인 시음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고,
그 위층은 'La Maison D'Olivier Leflaive' 라고 부르는 숙박 시설이 있었습니다.

올리비에 레플레브는 원래는 가족 공동체으로 운영되는 도멘 레플레브의 상속인 2인 중 한명이 었지만, 일찌감치 네고시앙으로 독립해서 현재는 고품질의 와인을 배출하는 네고시앙으로 알려진 분입니다. 자가 소유의 밭도 많을 뿐 아니라 네고시앙 보틀링을 통해서 자기 이름을 단 와인을 직접 시장에 내놓고 있었습니다.
이게 다 이 분이 출시하고 있는 와인들

이 식당에서는 시음 와인 종류에 따라 15 유로, 25 유로, 35 유로의 3가지의 메뉴가 갖춰져 있습니다. 가령 15 유로 메뉴를 시키면 5가지의 와인이 서빙되고, 35 유로 메뉴는 10가지 와인이 서빙되는 식입니다. 여기에 별도로 25 유로의 식사 메뉴를 시키면 와인과 마리아주를 체험할 수 있는 안주 거리를 잔뜩 가져다 줍니다.

저희는 10 종류 와인 시음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첫번째 서빙되는 와인은 Bourgogne Les Setties 2009 입니다.
제일 저가의 와인부터 시작하는군요. AOC 적용을 받지 않는, 그러니까 부르고뉴 이곳 저곳에서 수확한 포도(샤르도네)를 합쳐서 만든 와인입니다.  현지에선 12유로 정도 거래되는 와인인데 특별한 퀄리티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친숙한 맛의 와인입니다.
다음 단계는 한번에 3가지의 와인을 비교 테이스팅하는 코스입니다.
이번에는 한단계 급을 높혀서 마을 단위 와인들이 사용되었는데,
모두 2008년 빈티지에 낮은 지대의 밭에서 생산된 와인입니다.

외관상으로는 모두 동일하게 보이지만 전부 다른 종류입니다. 왼쪽부터 샤사뉴 몽라세(Chassagne-Montrache), 뫼르솔(Meursault), 퓔리니 몽라세(Puligny-Montrache)입니다.
생산자와 빈티지가 동일하고 품종은 100% 샤르도네이며 기후와 고도도 비슷한 곳에서 생산된 와인입니다. 오직 포도를 재배하는 마을이 다를 뿐 입니다.

서빙하는 분의 말을 빌자면 테루아의 차이를 느껴보라는 의도라고 합니다.
뭐 특별한 차이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생각으로 마시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세 와인이 모두 확실히 구별되는 맛과 향 그리고 피니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샤르도네 품종의 와인임에도 이렇게 구별되는 맛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와인을 계속 홀짝거리고 있다보면 먹을 거리가 나옵니다.
참치와 연어
샐러드와 닭고기






























이번에는 음식 궁합 테이스팅이군요.
앞서 마셨던 와인들이 음식과 곁들여 먹을 때 어떤 식으로 맛의 변형이 오는지를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잔뜩 기대를 갖고 시음에 들어갔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떤 음식과 같이 먹느냐에 따라 와인의 선호도가 바뀌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참치와 화이트 와인이 이렇게 조화를 잘 이룬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주위를 보니 어느덧 가게안은 만원이 되어 있었고 입장을 못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곳이 특히 인상적인 것은 테이블 마다 전담 서버가 있어서 서빙되는 와인에 대해 거의 강의 수준으로 세부적인 설명을 해준다는 점이 었습니다. 그런 점이 참여자들의 몰입도를 높혀서 이곳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 오르게 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이곳이 대박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음번 와인들이 입장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3 종류가 한꺼번에 제공되었는데 차이점은 먼젓번 와인들보다 한 등급 위의 와인들이라는 점입니다.

앞서의 와인들이 마을 단위의 와인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마을의 특정 밭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밭은 모두 1등급(1er Cru) 밭이었고 2007년 빈티지가 제공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밭들은 보통 구릉 지대의 높은 곳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조건과 원할한 배수가 키 포인트라고 하더군요.

시음한 와인은 Chassagne-Montrache 1er Cru Abbaye de Morgeot, Meursault 1er Cru Charmes, Puligny-Montrache 1er Cru Garennes 입니다.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마시기 편한 측면에서만 보면 먼저 번 와인들이 더 나은 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와인들은 무슨 뽐내기 대회에 나온 와인 마냥 개성이 도드라졌습니다. 아마도 몇 년 더 지나서 최적의 시음 시기가 되면 밸런스가 잡히면서 마시기도 편하면고 깊이도 있는 와인으로 변모하겠죠.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던 와중에 우리 테이블로 노신사가 와서 인사를 합니다.
누군가 했는데 맙소사 이 집의 주인장이랍니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깁니다.
Olivier Leflaive와 함께


이제 테이스팅은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순서대로 보면 가장 고가이자 오늘의 유일한 그랑 크뤼급 와인이었던 코르통 샤를마뉴 2007(Corton Charlemagne Gran-Cru 2007)이 나오고, 그 뒤를 이어 레드 와인 2종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레드 와인은 모두 코트 드 본(Cote de Beaune) 지방에서 피노 누아로 만든 레드 와인인데, 포마르(Pommard 2007)와 볼네이 미탄(Volnay 1er Cru Mitnas 2007)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때쯤 되니까 너무 취해서 와인맛이 잘 구별되지는 않았습니다. 요령껏 마셨어야 했는데 주는대로 다 마시다보니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레드 와인도 남김없이 마셔버리고 정해진 순서를 완주했습니다.
전투의 흔적들


레드 와인은 치즈와 함께





























이곳에서의 체험을 마친 후의 느낌은
여기 오지 않았으면 어찌할 뻔 했겠나 정도로 만족도 100% 였습니다.

분위기도 좋고 와인맛은 더 좋았으며 무엇보다도 시음 코스 내내 재미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이런 식으로 와인을 죽 늘여 놓고 비교 시음을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낯선 곳에서 소원을 성취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