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5일 월요일

2011년 부르고뉴 여행기(2) - 샤토 디쥬와 코르마탱

오랜 운전끝에 드디어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에 입성했습니다.

첫날은 남부 부르고뉴의 샤토 디쥬(Cheateau D'Ige)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습니다. 프랑스에는 오랜된 고성을 호텔로 리모델링해서 운영 하는 이른바 샤토 호텔이 약 500여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곳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주로 참고하는 여행 사이트인 tripadvisor.com 에서 평가가 너무 좋아서 선택을 해봤습니다.

호텔 외관은 그야말로 샤토스럽습니다.
4성급입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받은 3층 타워방으로 향하는데 원형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가녀린 메이드가 우리짐을 옮겨 줬는데 불안불안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없어요

건물 자체는 오래됐지만 객실 내부는 리모델링을 완벽히 해서 완전 특급 호텔 수준입니다.
침실은 매우 고풍스럽고 욕실은 매우 현대적입니다. 욕실 비치품의 수준을 보더니 와이프가 싱글벙글입니다.
벽지가 아니라 예전 방식의 벽지천








밖으로 나갔더니 꽤 넓은 정원이 펼쳐지고 정원 끝자락에는 별채가 2동 있는데 일종의 스위트(suite) 룸이라고 합니다.
호텔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니 여주인이 직접 안내를 해줍니다. 유창한 영어로 우리를 안내하는데 꼭 보여줄게 있다고 하더니 건물 지붕쪽을 가리킵니다. 자세히 보니 개 조각상이 있었는데 예전에 꽤 유명한 충견이었다고 자랑을 엄청하더군요.
우리집 강쥐도 나중에 하나 만들어 줘?

드디어 본격적인 식사 시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식당이 아닌 야외 테라스로 안내하네요.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아페리티프(Apèritif)와 미자 부쉬(Mise à bouche)를 이곳에서 즐기라는 건가 봅니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샴페인을 한 잔씩 시키니 요깃거리가 함께 나옵니다. 식전주를 마시면서 천천히 주메뉴와 와인을 선택했습니다. 주방에서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이곳에서 놀고 있으면 됩니다. 어두컴컴해지니 난방용 가스등과 조명을 밝혀 주는데 분위기가 죽여 줬습니다.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네요. 먼저 앙트레(Entrée)로 나온 푸아그라와 버섯 샐러드입니다.
푸와그라 테린

버섯 샐러드

오늘의 메인으로는 와이프는 새우 요리를 저는 엽조류 로스트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샤육 비둘기로 추정되는




이 뒤를 이어서 프로마지(치즈), 데세르(디저트), 카페(커피)로 주욱 이어지는데 맛도 물론 훌륭했지만 분위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도회풍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래된 고택에 초대 받아서 식사를 즐기는 그런 느낌이 있어 좋았고, 말은 안통했지만 그림을 그려 가면서 요리를 설명하는 친절함에 감동했습니다.

부르고뉴에 왔는데 와인이 빠지면 안되죠. 와인 리스트를 받아보니 역시나 두툼합니다. 유명 마을의 특급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의 가격은 여전히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국내에 비하면 많이 저렴한 편입니다.
La Tache(라 타슈)가 120만원이라...
저희는 유혹을 물리치고 저렴하게 마셨습니다. 샹볼-뮤지니(Chambolle-Musigny) 마을의 라 콤 도르브(La Combe d'Orveau) 밭에서 도멘 안 그로(Anne Gros)가 만든 2007년산 입니다.
치명적인 매력의 피노누아
다음날은 일찍 기상하여 샤토에서 주는 아침을 먹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보니 손님의 대부분은 영국인이더군요. 식사 후에는 간단히 마을을 한바퀴 산책했습니다만 워낙 외진곳이라 특별히 볼 거리는 없었습니다.
이젠 이곳을 떠날 시간이 되었군요. 

호텔에서는 인근의 코르마탱(Cormatin)을 가 볼 것을 권유합니다. 마침 가는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에 한 번 들려보기로 합니다. 한적한 시골도로를 따라 북으로 30분 가량 달리니 코르마탱 마을이 나오고 마을의 주차장이 관광객의 차들로 가득합니다. 급 호기심 발동하여 사람들을 따라 표를 사고 그들을 쫓아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갑니다. 이곳은 뭐하는 곳일까요.

조금 걷다 보니 갑자기 눈앞에 다음과 같은 광경이 펼쳐집니다.
Chateau de Cormatin

또 하나의 성이군요. 그런데 아직도 이곳이 뭔지를 몰랐습니다. 어떨결에 투어 대열에 합류해서 40분 가량 진행되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17세기 초 이 지역의 유력한 가문의 귀족이 그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은 거주용 대 저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17세기의 귀족의 생활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심지어  프랑스 혁명 기간에도 보관중이던 와인을 모두 풀어 민심을 달래는 방식으로 이곳만은 화를 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원형 유지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파리의 바르세유 궁전이 왕가의 화려한 유물을 전시해 놓은 것이라면 이곳은 지방 귀족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화려한 침실

전세계에서 모았다는 수집품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과 돈이 너무 넘쳐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술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온 저택이 진귀한 보물과 수집품으로 넘쳐 납니다. 정원도 이미 당시부터 설계한 것이라고 하는데 스케일이 대단했습니다.
미로가 있는 정원
정원에서 본 성의 후면





























이렇게 코르마탱 성 방문을 마무리 합니다. 예정에 없는 일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유익한 방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계속해서 부르고뉴의 심장부로 향해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