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1일 화요일

2011년 스페인 여행기(4) - 바르셀로나 타파스 바 : Tickets

여행 - 혹은 더 광범위하게 출장을 포함해서 - 의 즐거움 중에 식도락이 없다면  "도대체 여행을 왜 가는걸까? " 이게 제가 세상을 보는 눈입니다. 따라서 길거리 음식, 시장 음식 그리고 파인 다이닝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미각 체험은 절대 사양하는 법이 없는 편입니다.

이번 여행에서의 저의 식사 패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침은 일찍 문연 노상 카페에서 커피와 빵, 오렌지 주스로 때웁니다. 점심과 간식은 관광지 주변의 식당에서 30분 이내에 먹을 수 있는 이동성을 고려한 식사 선택. 그리고 저녁은 무조건 만찬 고고.

오늘 소개할 곳은 티켓츠(Tickets)라는 곳입니다. 2010년 오픈을 했으니까 역사와 전통 뭐 이런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요. 그럼에도 이곳이 유명해진건 지금은 없어졌지만 지난 수년 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영예를 누린 엘 불리(El Bulli)의 스타 셰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의 명성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알버트 아드리아가 그의 형 페란을 설득해서 조금 더 쉽고, 조금 더 카탈루냐 색이 강한 음식점을 오픈하게 된것이지요. 이 레스토랑의 성격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조합해야 설명이 됩니다.  타파스 바 형식의 파인 레스토랑.

예약은 홈페이지(http://www.ticketsbar.es/en)를 통해 3개월 전부터 할 수 있긴한데 광클릭이 필요합니다. 저도 어렵게 어럽게 예약에 성공해서 밤 10시에 자리 2개를 확보했습니다.

드디어 입장. 입구는 뮤지컬 박스 오피스를 본 따서 만들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의 이름이 왜 티켓츠(Tickets) 인지 슬슬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공연이 올라올지 기대가 되는군요.
여기서 티켓 예약자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안내를 받아서 테이블에 앉습니다. 내부는 이미 손님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우리 테이블에서 입구쪽을 보면서 한장
주방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오픈된 주방
자리에 착석하니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는 서버가 메뉴판을 가져 오는 데 흡사 공연 티켓 한 장 보는 느낌입니다.
메뉴판에 두 형제 오너가 모델로 있군요
메뉴 구성은 영어로 설명이 잘 되어 있긴한데 내용을 보고 이게 무슨 요리인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긴 요리를 창조적 활동의 결과로 보는 사람 집에 왔으니 얼마나 창조적으로 비틀어 댔겠습니까? 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 불러야지. 서버를 불러서 알아서 달라고 했습니다. 와이프가 육류를 못먹으니까 해산물 위주의 메뉴 구성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첫번째 작품.
Fruit impregnated with Sangria
멜론류의 과일을 스페인식 와인 칵테일인 상그리아에 절인 입가심용 음식입니다. 와인병을 반을 쪼개 서빙 접시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재밌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곁들인 와인은 카탈루냐 지역 와인인 카스텔 델 르메(Castell del Remei) 입니다. 소비뇽 블랑과 마케베우이 블렌딩된 산도도 좀 있고, 열대 과일향이 강한 놈 입니다.
Castell del Remei Blanc
두번째 선수 입장.
Jamon de Toro
지중해산 참치의 뱃살 부위를 얇게 저민 위에 땅콩 부스레기와 소량의 소금을 얹어 냈습니다. 원래는 참치위에 하몽의 기름을 살짝 발라 주는건데 와이프를 배려해서 생략을 하더군요. 생와사비를 얹어 먹던 우리 방식에 너무 익숙하다보니 처음에는 이 귀한 참치 뱃살을 땅콩이랑 먹는 무례를 참기 어려웠는데... 막상 입안에 들어가고 보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랄까. 황홀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관찰 포인트 하나. 참치를 올린 요리용 페이퍼를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실 수 있습니다.
"THIS IS NOT A TAPAS BAR"
ㅎㅎ. 자기네를 여타 타파스 바 처럼 보지말라 달라는 얘기 같습니다.

다음은 모듬 튀김이 나옵니다.
Variety of small fried fish with seaweed powder
보시다시피 우리가 알던 그런 튀김옷과 전혀 다릅니다. 기름기가 전혀 없고 바삭함 그 자체이면서 원 재료의 풍미는 제대로 살려냅니다. 이런거 한국에 군것질용 음식으로 들여오면 대박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잠시 합니다.

다음 요리는 오늘 먹었던 것 중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었던 접시입니다.
Mini airbags stuffed with Manchego cheese and Iberian bacon
첨에는 베이비 슈(Cream Puff) 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말랑한 빵안에 만체고 치즈를 채웠습니다. 원래 의도대로 이베리코산 베이컨까지 집어 넣었으면 괜찮은 맛이 나올뻔 했는데
역시 와이프 배려하느라 이 과정을 생략했더니 좀 맹숭맹숭하고 평범한 음식으로 전락하고 말았네요.

이어서 새우 요리가 등장합니다.
Gamba Hervida
신선한 새우를 살짝 삶아서 서빙하는데 까지는 특별함이 없습니다. 감동은 함께 먹는 소스에 있었습니다. 마요네즈에 해초류를 가미한 저 소스에 새우를 듬뿍 찍어 껍질채 한웅큼 배워 물면 내가 새우를 먹는건지, 새우가 나를 먹는건지. 나는 다시 바닷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다음은 두 종류의 생굴이 서빙되는군요. 먼저 사진.
Raw oyster with pearl
Raw oyster with sherry vinegar 
일단 한눈에 봐도 재료의 신선함은 알아 줘야 할 듯 합니다. 재료 자체의 맛으로만도 감지 덕지 할 듯 싶은데 과연 여기에는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먼저 첫번째 사진을 보면 가운데 영롱한 진주가 보입니다. 근데 저거 먹는 진주입니다. 먹는 진주? 말이 안되잖아요. 그렇습니다. 아드리아 형제의 장난이지요. 분자 요리의 흔적을 여기서 보여 주는군요.

두번째 굴요리는 쉐리 식초와 굴의 마리아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쉐리(Sherry) 와인은 원래 스페인식으로 헤레즈(Jerez)라고 불러야 제 맛이 나는데 영국애들이 잘못 알아 듣고 만든 명칭입니다. 아무튼 스페인 남부지방의 헤레즈 와인으로부터 만든 식초를 쉐리 비니거 또는 헤레즈 비니거라고 부르는데 가격이 후덜덜 하죠. 풍미와 향이 너무 특이해서 이것을  스프나 탕에 넣음으로써 비로소 스페인식 요리를 완성시켜 주는 존재랍니다.

맛은 어떨까요?  비교적 단순하고 직선적인 굴의 풍미가 식초 하나 넣었을 뿐인데 갑자기 풍성한 음식으로 변모가 됩니다. 이래서 요리사를 창조의 직업이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이어서 서빙되는 라비올리. 파스타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군요.
Liquid ravioli 


이렇게 먹다보니 어느덧 디저트 차례가 왔습니다....만....  잠시 디저트를 보류하고 옆 테이블에서 먹던 음식을 곁눈질해서 이베리코 하몽을 주문해 봅니다.
하몽써는 서버
Air baguette with Iberico Jamon
얇은 바게트 빵에 방금 썬 이베리코 하몽을 돌돌 말아 서빙됩니다.
아삭함과 부드러움,
담백함과 기름기,
싱거움과 짭조름함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이거 안먹고 갔으면 무진장 후회할 뻔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를 끝으로 모든 순서를 마무리합니다.
디테일
식사를 마친 시간은 어느덧 11시30분이 가까워 옵니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몇 접시 더 먹었을텐데 이 아쉬움은 다음을 위해 남겨 놓기로 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니 테이블에 있는 모든 이의 얼굴에 행복이라고 씌여 있습니다.

[가격 정보]
식음료(식전주, 와인, 커피)를 제외한 순수 음식값: 87 유로/2인
식음료 값: 40 유로

엘 불리의 흔적이...

2011년 스페인 여행기(3) -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오늘부터는 바르셀로나에서 경험한 먹거리 얘기를 할까 합니다.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카탈루냐 지방은 -  여타 스페인 지역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
풍요로운 자연에서 수확된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의 축복을 받은 미식의 도시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힘닿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먹고 즐기는건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갈 곳은 보케리아(Boqueria) 시장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식재료 공급처로 잘 알려진  곳이죠. 
이른 아침부터 초저녁까지 상인, 현지인 그리고 관광객까지 합쳐져 북새통인 곳이죠.

잠시 시장 구경하겠습니다. 
시장의 입구는 람블라스 거리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다보면 왼쪽에 있습니다. 
입구에는 워낙 사람들이 몰려있어 찾기는 무지 쉽습니다.
람블라스에서 바라본 시장 입구
여기부터 시장 탐험 시작입니다
식재료에 특화된 시장이다보니 시장의 규모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닙니다.
우선 눈에 띄는건 햄을 파는 가게들.

그 중에 단연 이베리코산 하몽이 관심이 가는데 사이즈가 생각보다 큽니다.
이베리코 하몽
이곳이 지중해를 끼고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해산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았습니다. 
사실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해산물가게 앞에는 
손님보다도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더 많아 보입니다.
관광객 때문에 장사 되겠나
신선해 보이나요
특색있었던 전경 중의 하나는 견과류 파는 가게입니다.
견과류 종류가 저렇게 많은 것도 놀랐지만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잡습니다.

진열해 한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마치 M&M 전시장 같은 필이 느껴집니다.
이게 뭘까
자, 이제 발길을 돌려 과일 가게로 향합니다.
보케리아 시장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과일 가게 였습니다.
피로에 지친 여행객 입장에서 싸고 맛있는 과일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지요.
진열도 기술이다
색상이 예술입니다
과일 가게 옆에는 생과일 주스 가게가 나란히 있습니다.
이 또한 여행객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히 식재료 천국답지 않나요.
재료의 질도 질이지만 진열이나 배치하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시장안에는 (당연하게도) 끼니를 훌륭하게 때울 수 있는 먹거리 터가 곳곳에 있습니다. 
마침, 우리 숙소가 이곳과 가까이 있어서 오며 가며 애용을 했습니다. 

처음 소개할 곳은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피노초 바르(Pinotxo Bar). 
일명, 피노키오 아저씨네 가게 입니다.
전화받는 분이 쥔장
이 사진을 찍을 때는 좀 한가한 시간입니다. 
오전에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꼭 여기서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어찌 어찌 하여 겨우 한자리 잡고 이것 저것 먹다가 
얼떨결에 주문한 이름 모를 요리입니다.
콩이랑 꼴뚜기가 합체
[가격 정보]
밀크 커피: 1.50 유로 / 잔
초코렛 빵: 2.20 유로/개
흰콩 요리: 12.50 유로/접시

다음에 볼 곳은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데, 
문어 삶는 모습이 신기해서 구경하다가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Kiosko Universal 라는 이름의 가게입니다.
해산물 전문 타파스바
첫번째로 고른 음식은 바지락 조개 입니다.  
약간의 와인과 파슬리를 넣고 후따닥 조리해서 내놓습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맛이긴 한데 좀 짭조름 합니다. 
그래서 바케트 빵을 시켜서 궁합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싸구려 화이트 와인 한잔 추가.
바지락 조개 뒤에 방금 삶은 문어가 대기 중
싸구려 와인도 마신다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문어 요리가 나옵니다. 
알맞게 삶아진 문어를 올리브유와 파프리카 가루와 소금으로 간을 맞춰 서빙합니다.
앞서 시킨 바게트 빵위에 올려서 화이트 와인 한잔과 먹고 있자니 여행 제대로 왔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
문어는 스페인말로 뿔뽀
여기서 중단했으면 좋았을 텐데
옆자리의 현지인이 너무 맛있게 먹는 바람에 우리도 시켜 봅니다.
맛조개 구이.


[가격 정보]
화이트 와인: 2.00 유로 / 잔
문어: 15.00 유로/접 시
맛조개 : 15.00 유로/접시
바지락: 10.00 유로/접시

확실히 시장 바닥에서 옆 사람과 어깨 부딪쳐 가며 하는 먹거리 체험은 살아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체험을 위해서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지요.

관광 자원이라는게 뭐 거창한 그런게 아닐텐데...

이런 의미에서 눈앞의 개발 이익에 밀려 사라진 종로 피맛골이 생각이 납니다. 잘 가꾸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었던 골목길 정취가 물씬 나는 피맛골이 그리워 집니다.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2011년 스페인 여행기(2) -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만약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한 가지를 추천하라면  저는 한치도 주저하지 않고 이 사람을 택할 것입니다.  바로 하늘이 내린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그 주인공입니다.  '천재' 라는 수식어 조차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진짜 천재  그가 가우디 입니다.

12년 전 바르셀로나 도심을 거닐다가 출렁이는 외관을 가진 건물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것이 제가 가우디를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한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12년 전 사진
이 건물을 비롯해서 도시 여기저기에 산재된 그의 건축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우디의 자료를 뒤적이고 전시회도 찾아다니면서 그의 진면목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고. 드디어 12년 만에 다시 카사 미야(Casa Milla) 앞에 섰습니다. 

현재도 사람이 실거주하고 있는 이 건물은 돌을 깎아 만든 유선형의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건물로 유명하지요.  가우디가 그랬답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12년 지났어도 나무가 그대로네
가우디는 철제 가공 실력은 집안 내력

미야의 맞은 편에는 카사 바티유(Casa Batllo)가 있습니다. 카사 미야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카사 바티유는 화려한 색상과 장식을 하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입장료를 내면 내부와 옥상 관람
건물의 외관을 자세히 보면 뼈와 해골의 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의 애칭은 해골의 집입니다.
뼈 기둥과 해골 테라스가 보이시나요
그런데 이 건축물의 진가는 내부와 옥상에 있습니다. 내부에는 자연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건물 속 정원과 용의 심장 장식 계단이 유명하고요, 옥상에는 용의 허리를 형상화한 지붕 라인이 걸작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붕은 뭐라할까....(침묵).... 글로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거금(?) 주고 산 카사 바티유 옥상 지붕 미니어처로 대치합니다. 
딱, 이런 분위기- 용 허리 같나요?
가우디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는 타일을 즐겨 쓴다는 점입니다.
구엘 공원(Parc Guell)으로 가서 타일 공예 구경 좀 해보겠습니다.

구엘 공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원으로 유명합니다만 그냥 스쳐 가듯이 보면 그 비밀을 발견 못 하고 건너뛸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공원 내 여기저기에는 돌로 쌓아 만든 기묘한 돌기둥이 산재해 있습니다. 산비탈에 다층 구조의 공원을 만들다 보니 기둥들이 필요했던 건데 공사중 발생하는 돌을 기둥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이 기둥이 떠 바치고 있는 건 아마도 산책로가 아닌가 싶은데 올라가서 확인해 봅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리고 저 돌 화분 좀 보세요. 
뿌리가 꽤 깊에 내려간다네요
이런 식으로 돌 하나라도 함부로 쓰지 않고 주변 경관과의 조화와 건축학적 구조를 고려해서 공원 건설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돌은 무지 많았던 듯

다음은 구엘 공원 내 또 다른 명소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리스의 신전을 카피한 기둥들이 돔형 천정을 바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천정에는 태양과 사계절을 상징하는 모자이크 타일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은 저 기둥들에 있습니다. 내부가 비어 있는 것이지요. 비어있는 기둥 내부로는 빗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자 그럼 위로 올라 가 보겠습니다. 아, 상층부에는 공원 광장이 위치하고 있네요.
엄청 큰 광장이 있고 둘레를 뱀 모양의 벤치가 둘러 싸고 있어요
비가 오면 땅속으로 스며든 빗물은 좀전에 본 그리스식 기둥 내부를 따라 공원 하층부로 흘러가서 저장되는 것입니다. 저장된 빗물의 사용처는 어디가 될까요. 다시 아래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앗, 도마뱀이다
그렇습니다. 바로 도마뱀 분수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우디의 디테일이 돋보이는군요. 여기서 잠시 정보 하나. 이 도마뱀은 사실 가우디의 원형이 아닙니다. 2007년 2월에 반달리즘을 주창하는 일단의 젊은이들에 의해 머리 부위가 파괴가 되는 불상사가 있었고 이를 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하니 반문명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상징물이기도 한답니다.

자, 다음은 너무나 유명한 성가족 성당 -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입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가우디 건축의 최고봉입니다.  
완공 후 최고 높이는 170m 가량 
건물이 착공에 들어간것이 1882년이고 가우디가 타계할 당시인 1926년의 공정율은 25% 정도 였다고 합니다. 2010년에 이르러서야 50% 공정을 달성했고 가우티 타계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아직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한 말 그대로 세기의 건축물입니다.
1999년 방문 때 찍은 사진
워낙 오랜 시간에 걸쳐 건물을 지어서 그런지 외벽 색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쪽이 동쪽
건물의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지만 세밀함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건물의 세 벽면을 따라 예수의 탄생, 수난, 영광을 주제로 하는 파사드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쪽에 있는 탄생 파사드는 가우디 생전에 주요 부분이 완성이 된것으로 사실적인 묘사가특징인 파사드 입니다. 예수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묘사한 이 작품은 2010년이 되어서야 일본인 조각가에 의해 마지막 과제였던 15 천사상을 끝으로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탄생 파사드 - 매우 정교한 묘사가 특징
반면, 서쪽에 있는 수난 파사드는 1950년대에 또 다른 조각가에 의해 작업이 되었는데 사실적인 묘사대신 추상적이고 직선적인 조각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수난 파사드 -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요

이번 방문에서는 입장객 줄이 너무 길어서 내부 관람은 하지 않았지만 내부에도 놓쳐서는 안 될 가우디의 유산이 즐비합니다. 

마치 숲속을 연상 시키는 내부 인테리어라던가, 기하학적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틀어지고 갈라진 기둥 구조는 그가 왜 천재임을 설명하는 증거입니다. 이 밖에 이 건물을 짓는 과정을 석고 모형으로 재연한 전시실도 따로 있고, 타워를 타고 올라가서 탑의 내부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이렇게 가우디의 건축물을 관람하다 보면 이 사람의 독창성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독창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가우디는 그의 독창성의 근원을 자연에서 찾습니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독창적인 작품이며 자신은 단지 그것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는 몬세라토(Montseratt) 산입니다. 왜냐하면 이곳 이 바로 가우디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안겨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60 Km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원래부터 유서깊은 성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보통은 버스 투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한다는데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벗어나서 1시간 가량 단조로운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갑자기 지형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오르막 길이 나타납니다. 단순히 가파를 뿐 아니라 좌우로 심하게 굽어 있습니다. 
차선폭은 무척 좁고, 한쪽은 낭떠러지인데 안전 펜스로 없는 도로를 올라 가려니 낭패입니다. 상하행 차들이 서로 교차할 때 마다 아찔한 순간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습니다. 
몬세라토 올라가다 찍은 아래 마을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정상. 범상치 않은 그러나 왠지 익숙한 풍경이 펼쳐 집니다. 둥글둥글하면서 푸근한 느낌을 주는 바위에서 부터, 뾰족하지만 안정감 있는 기둥형의 바위, 그리고 바위 위에 있는 십자가까지. 마치 한편의 가우디 작품을 보는듯한  광경이었습니다.
가우디는 여기서 '선'을 배웠을지도...
자연의 독창적인 건축물
절벽위의 십자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성당
이렇게 몬세라토를 직접 보고나니 가우디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는 말이 한번에 설명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와이프가 말하더군요. 이 도시는 가우디 덕분에 먹고 사는거 같다고. 100% 동의했습니다. 위대한 건축가가 남긴 흔적은 너무도 강렬하게 바르셀로나 곳곳에 스며 들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