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2일 목요일

2011년 스페인 여행기(2) -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만약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한 가지를 추천하라면  저는 한치도 주저하지 않고 이 사람을 택할 것입니다.  바로 하늘이 내린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가 그 주인공입니다.  '천재' 라는 수식어 조차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진짜 천재  그가 가우디 입니다.

12년 전 바르셀로나 도심을 거닐다가 출렁이는 외관을 가진 건물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것이 제가 가우디를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뭔가에 홀린 듯한 당시의 충격은 지금도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12년 전 사진
이 건물을 비롯해서 도시 여기저기에 산재된 그의 건축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우디의 자료를 뒤적이고 전시회도 찾아다니면서 그의 진면목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고. 드디어 12년 만에 다시 카사 미야(Casa Milla) 앞에 섰습니다. 

현재도 사람이 실거주하고 있는 이 건물은 돌을 깎아 만든 유선형의 아름다운 외관을 지닌 건물로 유명하지요.  가우디가 그랬답니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고...
12년 지났어도 나무가 그대로네
가우디는 철제 가공 실력은 집안 내력

미야의 맞은 편에는 카사 바티유(Casa Batllo)가 있습니다. 카사 미야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면, 카사 바티유는 화려한 색상과 장식을 하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입장료를 내면 내부와 옥상 관람
건물의 외관을 자세히 보면 뼈와 해골의 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의 애칭은 해골의 집입니다.
뼈 기둥과 해골 테라스가 보이시나요
그런데 이 건축물의 진가는 내부와 옥상에 있습니다. 내부에는 자연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건물 속 정원과 용의 심장 장식 계단이 유명하고요, 옥상에는 용의 허리를 형상화한 지붕 라인이 걸작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붕은 뭐라할까....(침묵).... 글로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거금(?) 주고 산 카사 바티유 옥상 지붕 미니어처로 대치합니다. 
딱, 이런 분위기- 용 허리 같나요?
가우디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는 타일을 즐겨 쓴다는 점입니다.
구엘 공원(Parc Guell)으로 가서 타일 공예 구경 좀 해보겠습니다.

구엘 공원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원으로 유명합니다만 그냥 스쳐 가듯이 보면 그 비밀을 발견 못 하고 건너뛸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공원 내 여기저기에는 돌로 쌓아 만든 기묘한 돌기둥이 산재해 있습니다. 산비탈에 다층 구조의 공원을 만들다 보니 기둥들이 필요했던 건데 공사중 발생하는 돌을 기둥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이 기둥이 떠 바치고 있는 건 아마도 산책로가 아닌가 싶은데 올라가서 확인해 봅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리고 저 돌 화분 좀 보세요. 
뿌리가 꽤 깊에 내려간다네요
이런 식으로 돌 하나라도 함부로 쓰지 않고 주변 경관과의 조화와 건축학적 구조를 고려해서 공원 건설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돌은 무지 많았던 듯

다음은 구엘 공원 내 또 다른 명소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리스의 신전을 카피한 기둥들이 돔형 천정을 바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천정에는 태양과 사계절을 상징하는 모자이크 타일 조각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은 저 기둥들에 있습니다. 내부가 비어 있는 것이지요. 비어있는 기둥 내부로는 빗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자 그럼 위로 올라 가 보겠습니다. 아, 상층부에는 공원 광장이 위치하고 있네요.
엄청 큰 광장이 있고 둘레를 뱀 모양의 벤치가 둘러 싸고 있어요
비가 오면 땅속으로 스며든 빗물은 좀전에 본 그리스식 기둥 내부를 따라 공원 하층부로 흘러가서 저장되는 것입니다. 저장된 빗물의 사용처는 어디가 될까요. 다시 아래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앗, 도마뱀이다
그렇습니다. 바로 도마뱀 분수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가우디의 디테일이 돋보이는군요. 여기서 잠시 정보 하나. 이 도마뱀은 사실 가우디의 원형이 아닙니다. 2007년 2월에 반달리즘을 주창하는 일단의 젊은이들에 의해 머리 부위가 파괴가 되는 불상사가 있었고 이를 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하니 반문명의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상징물이기도 한답니다.

자, 다음은 너무나 유명한 성가족 성당 -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입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가우디 건축의 최고봉입니다.  
완공 후 최고 높이는 170m 가량 
건물이 착공에 들어간것이 1882년이고 가우디가 타계할 당시인 1926년의 공정율은 25% 정도 였다고 합니다. 2010년에 이르러서야 50% 공정을 달성했고 가우티 타계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 아직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한 말 그대로 세기의 건축물입니다.
1999년 방문 때 찍은 사진
워낙 오랜 시간에 걸쳐 건물을 지어서 그런지 외벽 색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쪽이 동쪽
건물의 규모면에서도 압도적이지만 세밀함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건물의 세 벽면을 따라 예수의 탄생, 수난, 영광을 주제로 하는 파사드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쪽에 있는 탄생 파사드는 가우디 생전에 주요 부분이 완성이 된것으로 사실적인 묘사가특징인 파사드 입니다. 예수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묘사한 이 작품은 2010년이 되어서야 일본인 조각가에 의해 마지막 과제였던 15 천사상을 끝으로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탄생 파사드 - 매우 정교한 묘사가 특징
반면, 서쪽에 있는 수난 파사드는 1950년대에 또 다른 조각가에 의해 작업이 되었는데 사실적인 묘사대신 추상적이고 직선적인 조각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수난 파사드 -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요

이번 방문에서는 입장객 줄이 너무 길어서 내부 관람은 하지 않았지만 내부에도 놓쳐서는 안 될 가우디의 유산이 즐비합니다. 

마치 숲속을 연상 시키는 내부 인테리어라던가, 기하학적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틀어지고 갈라진 기둥 구조는 그가 왜 천재임을 설명하는 증거입니다. 이 밖에 이 건물을 짓는 과정을 석고 모형으로 재연한 전시실도 따로 있고, 타워를 타고 올라가서 탑의 내부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이렇게 가우디의 건축물을 관람하다 보면 이 사람의 독창성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독창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가우디는 그의 독창성의 근원을 자연에서 찾습니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독창적인 작품이며 자신은 단지 그것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그렇다면 다음 행선지는 몬세라토(Montseratt) 산입니다. 왜냐하면 이곳 이 바로 가우디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안겨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바르셀로나에서 북서쪽으로 60 Km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원래부터 유서깊은 성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보통은 버스 투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한다는데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벗어나서 1시간 가량 단조로운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갑자기 지형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가파른 오르막 길이 나타납니다. 단순히 가파를 뿐 아니라 좌우로 심하게 굽어 있습니다. 
차선폭은 무척 좁고, 한쪽은 낭떠러지인데 안전 펜스로 없는 도로를 올라 가려니 낭패입니다. 상하행 차들이 서로 교차할 때 마다 아찔한 순간을 수도 없이 겪어야 했습니다. 
몬세라토 올라가다 찍은 아래 마을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정상. 범상치 않은 그러나 왠지 익숙한 풍경이 펼쳐 집니다. 둥글둥글하면서 푸근한 느낌을 주는 바위에서 부터, 뾰족하지만 안정감 있는 기둥형의 바위, 그리고 바위 위에 있는 십자가까지. 마치 한편의 가우디 작품을 보는듯한  광경이었습니다.
가우디는 여기서 '선'을 배웠을지도...
자연의 독창적인 건축물
절벽위의 십자가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성당
이렇게 몬세라토를 직접 보고나니 가우디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는 말이 한번에 설명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던 날 와이프가 말하더군요. 이 도시는 가우디 덕분에 먹고 사는거 같다고. 100% 동의했습니다. 위대한 건축가가 남긴 흔적은 너무도 강렬하게 바르셀로나 곳곳에 스며 들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