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1일 토요일

2011년 스페인 여행기(6) - 코도르니우 와이너리 방문기

오늘은 바르셀로나 인근의 와이너리를 둘러 보는 날입니다.
바르셀로나 서쪽으로는 페네데스(Penedes)라는 꽤 알려진 와인 산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토레스(Torres)와 코도르니우(Codorniu) 와이너리가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하루에 두 군데를 들려야 하기 때문에 차를 렌트해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먼저 방문할 곳은 토레스. 11시에 방문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두릅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 정보 입력하고 고고. 그런데 네비가 좀 이상하네요. 교차로만 나타나면 헤메기 시작하더니 자꾸 좁은길로만 안내를 합니다. 산길도 지나고, 좁은 골목도 지나고... 아무튼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덧 페네데스에 도착하긴 했습니다.

마침 와이너리 안내 사인도 보이고 해서 아무 의심없이 근방 까지는 왔는데. 이런...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의 비포장 도로가 나타납니다. 게다가 주위는 허허벌판. 뭔가 잘못된것 같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네비를 너무 믿은 나머지 전화번호, 지도, 예약 메일 뭐 이런게 하나도 없었지요. 여기서 포기하던지 아니면 저 비포장 길을 뚫고 좀 더 들어가던지 하는건데 과감하게 후자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5분 후. 잔가지에 긁혀서 망신창이가 된 차와 함께 후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다른 루트를 통해서 몇 번 더 시도를 하긴했습니다만 결국은 와이너리를 찾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자료와 안내 메일을 다시 보니 애초에 가야할 곳은  보데가 토레스의 Visitor Center 라는 곳이었는데 반해 우리가 헤멘곳은 토레스 와이너리의 여러 산지 중 한 곳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삽질의 원인은 우리한테 있었던건데 괜히 애꿎은 네비게이션 탓만 한 셈이었네요.
주인장 잘못 만나 엄청 고생한 알파 로메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늘의 두번째 행선지인 보데가 코도르니우로 향합니다. 토레스와 반대로 이곳은 찾기가 너무 쉬운 바람에 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을 했네요.

여기가 정문입니다.
설립 연도가 무려 1551년



시간이 남아서 건너편에 있는 와이너리도 둘러보는데 정원에 있는 오랜된 오크 나무와, 정원을 둘러싼 오크통을 형상화한 담장이 인상적입니다.
Raventós i Blanc 라벤토스 이 브랑

와이너리 주변으로는 포도를 수확한 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립니다.
드디어 투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집결 장소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보여서 출발을 합니다. 건물 구조가 매우 특이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꽤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투어 시작 포인트



투어의 시작은 소규모 강당에서 짧은 영상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와이너리의 역사와 비스니스 현황을 소개하는 일종의 홍보성 자료인데 생각보다 비즈니스 규모가 커서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와인 박물관으로 안내를 하는데 예전 방식의 기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잠시 보시겠습니다.
프리-런 압착기



수동식 도사주 기기?
반자동 리들링 기기로 추정되는...
한켠에 흥미로운  포스터가 있는데 잘 보면 상파뉴(Champagne)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와같이 카바(Cava)가 아닌 '상파뉴 코도르니우' 라는 식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상파뉴'의 사용을 금지하자 급조해서 만든 대체 이름이 '카바' 입니다. 다른 뜻은 없고 와인 저장소인 셀러(Cellar)를 뜻하는 스페인어 Cava을 차용한 것인데 오늘날 이렇게 유명한 고유 명사가 될 줄은 당시 사람은 꿈에도 몰랐겠지요.

셀러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우리로 따지면 정자같은 곳에 들러 가문의 역사를 배웁니다. 정자의 내부 상단에는 코도르니우를 계승한 사람들의 이름이 쭉 둘러가며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서 알게 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코도르니우 가문의 첫째딸인 안나(Anna)가 라벤토스(Raventos) 가문으로 시집을 옴으로서 코도르니우 와이너리의 명맥은 실제로 라벤토스 가에 의해 유지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이분이 안나 부인



이 와이너리가 처음부터 카바를 생산한 것은 아니었답니다. 원래는 이런 저런 와인을 생산하던 곳이었는데, 1872년 당시 오너인 Josep Raventó가 프랑스 상파뉴 지방을 방문한 후 처음으로 카바를 내놓게 되었고, 1885년 그의 아들인 Manuel Raventó 가 카바의 가치를 알아보고 카바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모 시켜서 오늘날의 기틀을 잡았다고 합니다.

자, 다음은 와인 저장소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지하에 있는 셀러의 면적은 자그만치 총 200 제곱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지하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4층까지 내려 갔던것 같습니다.
지하 카브 전경



워낙 넓은데다가 어두컴컴하고 길도 모두가 같은 모양의 단순한 격자 구조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길을 잃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관광객을 위한 코끼리 열차.
귀신같은 운전 솜씨에 반했다는


이 열차를 타고 달려도 달려도 끝없이 쌓여있는 와인을 보고 있자니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여기서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와인이 총 1억병이라니 엄청난 규모에 할 말을 잃습니다.
2차 발효중인 와인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카바의 주조 방식은  전통적인 상파뉴 방식을 따른다고 하네요.

가이드의 설명을 잠시 요약하자면
품종별로 스테인레스 발효조에서 1차 발효를 마치면
이를 3~4개의 품종을 섞어 블렌딩이 이루어 집니다.
2차 발효는 병입한 상태에서 최장 36개월 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에이징 과정이 끝나면 다음은 리들링(Riddling) 과정으로
병을 회전시킴과 동시에 점차 수직으로 세워가며 죽은 효소와 찌꺼기를 병 입구로 모읍니다.
예전에는 일일이 한병 한병 사람 손으로 했던 일인데
지금은 기계의 힘으로 판 단위로 수행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에는 병 입구를 얼려서 찌꺼기를 걷어내고 찌꺼기가 없어진 양 만큼
와인과 설탕을 첨가하는 도사주(Dosage)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때 첨가하는 설탕의 양에따라서
드라이한 Brut 와인 또는 스위트한 Sec이 되는지가 결정된다고 하는군요.
리들링의 각도는 아름다워
이렇게 관람을 마치면 마지막에는 시음 순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음장

오늘 시음할 와인입니다.
하나는 Gran Plus Ultra 라는 제일 드라이한(Brut Nature) 타입의 카바이고,
다른 하나는 피노 누아 단일 품종으로 만든 로제 카바입니다.
시음 와인 2종


음~~~ 좋군요. 적당한 버블과 탄산. 톡톡 튀는 느낌과 부드러운 맛의 조화.
거품과 기포 좀 보세요




이렇게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습니다.
투어를 마친 후의 느낌은 뭐랄까,
500년 가까이 와인을 만들어온 위대한 가문에 대한 대하 드라마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