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2010년 보르도 여행기(3) - 샤토 린쉬 바주 투어

오늘 투어를 할 와이너리는 샤토 리쉬 바주(Chateau Lynch Bages)입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날에야 허겁지겁 투어 신청을 한 후 공항에서 겨우 확약 메일을 받아 예약에 성공한 샤토지요. 보통 이름난 샤토 투어는 주말이나 수확철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곳은 예외인가 봅니다.

포이악(Pauillac)의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저 멀리서 샤토의 모습이 보입니다.
설레이는 순간
영어로 진행되는 오전 11시 투어에는 모두 5팀이 참석을 했는데 전부 국적이 달랐습니다. 대기실에 들어가니 예약자 명단이 걸려 있습니다.
내 이름도 있지요
올해의 경우 포도 수확이 이틀 후부터 시작되는터라 오늘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는 모양입니다. 비교적 여유있는 일정으로 샤토 구석 구석을 보여 줬습니다. 대기실에 전체 샤토의 조감도를 볼 수 있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안쪽 전원은 주인장 사적 공간
처음으로 안내한 곳은 수확한 포도를 걷어들이는 출입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이 과정부터 보여준 곳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실은 경운기가 도착하면 바로 이 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포도를 쏟아 붓는다고 합니다.
영국 사람들이 젤 들이댑니다
포도 송이가 아래에 쌓이게 되면 다음엔 줄기 제거기(Destemmer)가 이를 받아 알갱이를 골라내고, 바로 옆칸의 파쇄기(Crusher)로 넘겨줍니다.
이런 장치를 통해 가지가 제거된 후 파쇄기로 고고
파쇄된 포도들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온도 조절 장치가 구비된 스테인리스 발효조로 옮겨져서 1차 발효에 들어가게 됩니다. 2차 발효인 젖산 발효도 일부 기간만이 오크 배럴에서 진행될 뿐 상당 기간은 스테인리스 발효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발효조가 비워있는 기간은 연간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품종별로 밭별로... 따로 따로 발효해요
다음은 숙성실의 모습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리쉬 바주는 3개의 다른 배럴 제조사로 부터 오크통을 공급 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회사 마다 품질이 조금씩 틀리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품종간의 블렌딩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오크통간의 블렌딩도 신경써야 한다고 하네요. 이 과정을 간과하면 와인 품질의 일관성을 잃게 되는 것이겠지요.
와인 공정은 은근히 까탈스러워요
그 밖에 알부민 얘기, 숙성 기간에 대한 얘기, 품종 비율에 대한 얘기 등 이런 저런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특별한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번으로 안내된 방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구경을 하게 됩니다.

여기는 1970년대까지 실제로 사용하던 양조 설비를 전시해 놓은 방입니다. 우선 목조 발효조입니다. 아직까진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이 보던 목조 발효조입니다.
여기다가 와인을 어떻게 담았을까요
그런데 계단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가니까 놀라운 광경이 나타납니다. 바로 직전에 봤던 목조 발효조의 상단 부분의 작업 공간으로 안내된 것입니다. 사진 왼편의 뚜껑이 아까 1층에서 봤던 목조 발효조의 윗뚜껑이 되겠습니다. 이곳으로 포도를 넣고, 젓고, 이스트 첨가, 불순물 제거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 이거였어
그러면 이 2층까지는 포도를 어떻게 옮겨 왔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것도 바로 설명을 해줍니다. 도르레를 사용해서 수확한 포도를 바구니에 담아 이곳으로 끌어 올렸다고 하네요.
머리를 쓰자
다음은 줄기 제거하고 파쇄기로 짓눌러서 흐물흐물하게 만들어서 바구니에 담는 과정입니다.
옛날 방식의 디스테머(Destemmer)
이쪽은 출구
이런식으로 파쇄된 포도는 레일을 타고 발효조로 가져가서 부어 버립니다.
레일 !!!
발효가 된 와인은 다시 레일로 옮겨서 압착기를 통해 즙으로 걸러내면 에이징 단계 직전의 와인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웬지 프랑스인에게는 영어가 껌일것 같다는... 발음이 우월(?) 하니까

자, 다음은 입이 즐거운 시간입니다. 모두 기대를 한아름 갖고 시음장으로 향합니다. 오늘 시음할 와인은 샤토 리쉬 바주(Chateau Lynch Bages)와 세컨드 와인인 샤토 오 바주 아베루(Chateau Haut-Bages Averous) 입니다. 둘 다 2004년산을 꺼내 오는군요. 원래 최소 10년을 지나고 먹는 와인이기 때문에 아직 맛이 강합니다. 역시 시음장에서는 완성된 와인을 맛보는게 아니라 포텐셜을 잡아 내라는 성현이 말씀이 진리임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안주는 안줘요
시음을 끝으로 견학 프로그램은 모두 끝났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뜻밖에 아기자기한 마을이 나타납니다.  나름대로 잘 갖춰진 식당과 기념품 가게, 와인 판매점은 여행자의 발길을 그대로 돌아가게 놔두지를 않습니다. 발길은 저절로 기념품 가게로 향합니다.
바쥬 빌리지에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선물거리 몇 개랑 2002년산 샤토 린쉬 바주 한 병을 구매했더니 지출이 꽤 됩니다. 투어 프로그램이 저렴했던 이유가 다 있었던 겁니다.
2002년 빈티지는 80 유로
한켠을 보니 신의 물방울 프랑스판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잘 팔리나?
이렇게 해서 와이너리 투어를 모두 마쳤습니다. 영어로 진행해주니 한결 편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공통의 흥미거리를 체험하는 재미도 쏠쏠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수확 직전이라 우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