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2010년 스페인 여행기(7) - 순례자의 길 따라서 수도원 호텔까지

부르고스를 떠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리오하 지방의 산밀란 수도원 호텔로 향합니다. 부르고스 성당 앞에서는 배낭을 맨 사람들이 쩔뚝거리면서 때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El Camino de Santiago)를 걷고 있는 순례자들입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의 길)란 유럽 전역에서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 까지 다양한 경로로 발굴되어 있는 순례 코스를 말하는데, 산티아고에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분인 야고보의 순교지로, 그의 무덤이 산티아고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여러 루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길이  카미노 프랑세스(Camino Francés) 라고 하더군요. 때마침 우리가 오늘 묵을 호텔이 이 길을 거슬러 두어 시간 올라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터라 순례자들을 지속적으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분 들이 끊임없이...

주요 갈림길 마다 순례자의 길 심볼이 길을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순례자를 형상화한 이런 작품도 있구요.
지금보니 심볼이 누워있군요

순례자 중에는 사진에 담기가 미안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천천히 걷는 분들, 씩씩하게 트래킹 하듯히 걷는 분들, 자전거로 순례하는 분들 등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보니 1985년도에 년간 690명에 불과하던 순례자가, 2010년 올해 200,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놀라운 참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순례자를 보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이 왔습니다. 리오하에서 머무르는 이틀 동안 사용할 숙소는  Hosteria del Monasterio de San Millan De La Cogolla (라 코고야 지방에 있는 산 밀란 수도원 호텔) 입니다. 애초 이 여행을 계획했을 때 수도원을 숙소로 이용해 보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가격도 착하고 현지인과 밀착되기도 쉽겠다는 계산이 있었지요. 아마존을 통해 수도원 정보가 있는 책도 구입했구요.
by Eileen Barish
그런데 실제 예약을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나왔습니다. 우선, 너무 깊은 산속에 있다보니 접근성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있는 관광지와는 지역적으로 연계가 잘 안되더군요.  또, 통금, 정숙 유지 등 제약 사항이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됐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래도 평가가 괜찮은 한 곳을 예약했는데 이 곳이 보물인지는 나중에 알았습니다.

거의 다 도착을 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워낙 산속 시골 동네로 들어가다 보니까 네비게이션이 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도도 없이 네비에만 의존하다 보니까 참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별 수 없이 근처 마을에 차를 대고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의사소통입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둘러 싸여 바디 랭귀지로 악전고투 하던 중, 이 동네에서 제일 영어 잘한다는 친구가 도와주러 나오는데… 쩝...중학교 1학년 소녀입니다. 이 친구는 영어는 되는데 산수가 약하더군요. 300 미터와 3000 미터 사이에서 한참을 헤멘끝에 길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 도착입니다.
정말이지 고풍스러운 호텔입니다
수도원이 위치한 코고야(La Cogolla) 마을은 스페인 역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 유명한 명소입니다. 우선 이 지역은 스페인 언어의 탄생지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스페인어 뿐 아니라 바스크 언어로 이곳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 곳에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록된 아주 유명한 두 개의 수도원 Suso와 Yuso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Suso는 좀 더 깊은 산속에 있고, Yuso 수도원의 일부를 개조해서 오늘 우리가 묵는 별4개 짜리 호텔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래뵈도 별 4개
마지막으로, 이 곳은 아주 오래된 와인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와인의 역사를 보면 초기 와인 재배는 수도원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바로 이 지역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수도사님들 아싸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 가는데 복도부터 앤틱에 엘레강스입니다. 고생해서 고른 보람이 있었습니다. 건물은 오래 되었지만 방이나 욕실의 수준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짐을 풀고 동네를 둘러 보는데 정말 한가로운 마을입니다. 거의 할 게 없습니다 ^^. 저녁은 이른 듯 해서 호텔 앞 바르(bar)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솜씨 좋은 주인장께서 공짜로 초리쪼(Chorizo)를 내 주십니다. 10년전에 마드리드에서 소세지 맛 나겠지 하며 먹었다가 순대맛이 나서 나를 감격에 젖게 만든 바로 그 음식. 그 동안 이름을 몰라서 그냥 '스페인 순대'라고 불려왔던 그 음식. 초리쪼를 상봉하는 감격(?)적인 순간입니다.
지대로 순대맛나는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호텔 식당을 이용해 보기로 합니다. 오늘의 도전 과제는 양고기 입니다. 양고기는 잘못 요리하면 비린맛이 있어서 주의를 요하는 재료입니다. 예전 아일랜드  출장 갔을때 뱉지도 못하고 그냥 꿀꺽 삼켜먹던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오늘 이 요리도 아주 약간 그런 위험이 있었습니다만 오늘 저에겐 와인이 있습니다. 
모나스테리오 데 유소 2004 레제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