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는 스페인의 각광 받는 와인 산지 중의 하나입니다. 스페인 와인은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품질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원산지를 보증한다는 의미의 D.O. (Denominación de Origen) 제도가 도입된 것이 1982년이고, 2008년에 한 단계 위의 규제를 통과한 DOCa(Denominación de Origen Calificada)를 획득하였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DO 같은 제도는 와인 뿐 아니라 치즈, 올리브와 같은 농수축산물의 원산지와 품질 통제를 증명하는 제도입니다.
이 지역은 두에로 강을 따라서 고원과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략 아래 네모랗게 색칠한 곳 정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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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특별히 "The Golden Mile" 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보데가(=와이너리)가 밀집된 지역이 있습니다. 애초에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우리가 묵은 호텔이 운 좋게 골든 마일의 딱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차를 몰고 주변을 나설 때 마다 익숙한 와이너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호텔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가 있었습니다. 스페인 와인이 3류 취급 받던 시절에도 이례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스페인 와인의 자존심이라는 우니코(Unico)를 생산하는 와인 명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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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 시실리아 - 출입이 안되서 먼 발치에서 |
나중에 산 세바스티안에 들렸을 때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우니코의 가격을 봤는데 350 유로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베가 시실리아의 또 다른 와인인 발부에나(Valbuena)는 2004년 빈티지가 140 유로 였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은 템프라니요(Tempranillo)라는 품종을 위주로 만듭니다. 와이너리에 따라 블렌딩을 하기도 하고, 100%를 이 품종으로만 주조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틴토 피노(Tinto Fino)라고 부르기도 하는 템프라니요가 이곳에서는 주인공 입니다.
템프라니요 |
베가 시실리아를 더 지나서 서쪽으로 그러니까 바야돌리드를 향해 좀 더 가면 컬트 와인 핀구스(Pingus)를 생산하는 Dominio de Pingus 와이너리가 있구요.
반대로 동쪽으로 가서 페냐피에(Peñafie)시 에서 북으로 틀어, 쭉 올라가면 페스케라 데 두에로(Pesquera de Duero) 마을의 보데가 밀집 지역이 나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좋아한다는 페스케라(Pesquera)를 만드는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Alejandro Fernandez)의 와이너리도 이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보르도 또는 나파 밸리와는 다르게 이곳의 보데가에서는 그리 많은 감흥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사토와 포도밭이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보르도와는 달리 보데가 따로 포도밭 따로인 경우가 많았구요. 보데가도 너무 밀집해 있다보니 그냥 양조 공장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건축물의 미적 수준이 별로 였다는 점도 있고요.
물론 다 그런건 아닙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도 그렇고, 세파21(www.cepa21.com) 같은 보데가는 현대식 건물에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정말 멋진 레스토랑으로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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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파21 - 현대식 건물에 주차장도 널찍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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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야외 식당에서 바라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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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
자가 운전 여행의 장점은 원하는 곳 있으면 맘 내키는데로 들이댈 수 있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가 전혀 다닐 것 같지 않은 좁은 도로를 따라 고원으로 올라가 보니 정말 평편한 지형이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땅을 덮어버린 포도밭들. 예전 스페인 중남부 지방에서 끝없는 올리브 나무의 행렬에 질렸던 적이 있었는데 여기선 포도 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산을 저렇게 평편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