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3일 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의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번 목적지인 리오하(Rioja)를 향해 출발합니다. 도중에 부르고스(Burgos)에 잠시 들려 대성당 주위를 둘러보고 점심 식사 까지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약간은 삭막한 고속도로 주변의 풍경에 지루해질 무렵 갑자기 건물이 밀집되고 층고가 높아 지면서 도시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스페인의 대표적인 고도 부르고스 입니다. 이곳은 예로부터 군사, 종교, 교역의 요충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들린 이유는 단 한가지, 부르고스 성당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한 이 성당은 엄청난 크기, 뛰어난 고딕 건축, 내부를 치장하고 있는 보물, 그리고 전쟁 영웅 엘 시드(El Cid)의 무덤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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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구도를 잡아 내기에는 너무나 큰 |
유럽의 유명한 성당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중세 교회의 권력과 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교가 왜 그런 권세가 필요했을까? 뭐 현재 한국에서의 교회의 파워나 과거 사찰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뭐 이해도 못할건 없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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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탐의 위용 |
내부는 뭐 보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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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황금 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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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으로 만든 마차 |
엘 시드(El Sid)는 지금으로 부터 약 1,000년전에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파란만장한 얘기 거리를 지닌 전설적인 전쟁 영웅이라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로드리고 어쩌구 인데 별칭인 El Cid Campeador로, 또 그냥 줄여서 엘 시드라고 더 알려져 있습니다. 'El'은 그냥 관사이고, 'Campeador'는 문헌에 등장하는 용어로 '전쟁의 달인' 또는 '전사' 정도되고 'Cid'는 아랍어 'Sayyid'에서 파생된 '주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영어로는 챔피언, 우리말로는 '짱' 인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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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시드의 무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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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Babieca'와 검 'Tizona'도 덩달아 유명세 |
성당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아를란손(Arlanzón) 강을 따라 형성된 노천 카페 거리에서 가벼운 식사로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유럽의 도시에서 부러운 것은 널찍한 인도 한켠에 마련된 노천 카페와 그러고도 널널한 통행로입니다. 차보다 사람을 우선 시 하니까 가능한 일이겠지요. 우리 현실로 잠시 돌아가 보면 서울이야 그렇다고처도 그 외 중소 도시도 왜 서울 수준과 별반 다를게 없는지 살짝 이해가 안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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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노천 카페가 |
오늘 점심은 최대로 가볍게 하기로 합니다. 정식으로 먹기 시작하면 비용 부담은 둘째 치고라도, 시간을 최소 2시간 이상씩 할애해야 합니다. 그러한 성대한 식사를 마치면 행복이 차고 넘쳐 치열한 여행자의 본성을 잃고 결국 '퍼지게' 되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점심 메뉴는 와이프는 추러스를 곁드린 초콜라테(Chocolate con Churros), 저는 보카디요(Bocadillo)와 동네 와인 한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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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완전 걸쭉한 초콜렛 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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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습관적으로 한잔씩 |
식사를 하는 바로 옆 공터에는 귀신 놀이하는 광대가 거리 분위기 띄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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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조금 무서워 하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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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밤 굽는 할머니 동상 |
반나절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부르고스는 확실히 인상적이군요. 특별히 스페인 역사에 조예가 있는 분에게는 더욱 더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갑자기 대하 스페인 역사극이 보고 싶어집니다. 부르고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아를란손(Arlanzón)강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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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자연스럽게 흘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