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7일 목요일

2010년 스페인 여행기(4) - 세고비아에선 코치니요를

스페인 둘째날. 호텔에서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세고비아(Segovia)를 향해 출발합니다.  참고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고비아 기타'의 세고비아는 사람 이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이 도시와는 전혀 상관이 없죠. 오늘도 하늘은 환상적입니다.
다시 봐도 구름이 참말로

약 1시간 가량을 남쪽으로 운전해서 세고비아에 도착합니다. 여기에 올때까지는 네비가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도성 안으로 들어가니 얘가 도통 정신을 못차립니다. 워낙 오래된 도시라서 길들이 좁고 복잡한게 장난이 아닙니다. 할 수 없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걷기로 했습니다.
이런 길을 사람과 차가 같이 다녀야해요
어찌 어찌 주차를 하긴 했는데 나중에 다시 이 주차장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아이폰으로 GPS 정보 저장하고, 주변 사진 찍으면서 돌아다녔습니다. 길 잃으면 역으로 오려고… 갑자기 헨델과 그레텔이 된 기분.

세고비아의 주요 관광 지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이폰에 저장하고 다니니까 왕 편합니다

흔히 세고비아에 오면 세 가지 볼거리를 추천하더군요.
  • 세고비아 대성당 (Cathedral)
  • 수로교 (Acueducto)
  • 알카사르 성(Alcazar)
그래서 우리도 차례대로 순례. 먼저 고딕 양식의 세고비아 대성당입니다.
성당은 항상 도시 중심 제일 높은 곳에

그 다음은 디즈니 백설공주 성의 모티브가 되었던 알카사르 입니다. 첨탑이 익숙하지요?
디즈니 때문에 더 유명해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로교. AD 50 - 200년 사이에 지어진 걸로 추정되는데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합니다.
차에서 찍은게 구도가 젤 좋았다는

그런데, 세고비아를 멀리서 찾아온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코치니요(Cochinillo) 라고 부르는 새끼돼지구이 요리를 먹기 위해서 입니다. 코치니요에 관한한 세고비아가 본산지로 알려저 있습니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코치니요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호세 마리아(Jose Maria) 입니다. (http://www.rtejosemaria.com/)
마요르 광장 옆이라서 찾기 쉬워요
토요일 오후 점심 시간이라 대기 손님들로 북적 북적 합니다. 12시30분경 찾아가니 4시에나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한국에서 출발 전 미리 예약을 안했더라면 낭패일뻔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제 이름이 예약자 리스트에 없던 것입니다. 다행히 아이폰으로 제가 받았던 컨펌 이메일을 보여주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 없었으면 큰일날뻔 했다는
저는 코치니요를 시키고, 육류 못먹는 와이프는 바칼라오(Bacalao)라고 부르는 대구 요리를 시켰습니다. 코치니요는 새끼 돼지 한마리를 통째로 구운 후 그 상태 그대로 홀로 가져와서 손님들에게 확인을 시켜 줍니다. 그 다음엔 접시로 목을 내리치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 뒤 주문한 손님들에게 일정하게 잘라 서빙을 합니다.
이거랑 똑같이 생긴 애가 와서...
요렇게 서빙 됩니다
아주 얇게 발라지는 껍질은 크리스피 하고, 속살은 무척 부드럽습니다 . 재료 맛을 살리기 위해 소스는 야주 묽게 약간의 간만 되어 있더군요.  껍질과 속살을 포크에 찍어서 소스에 살짝 적셔 한 입 넣으면 환상의 식감이 입에 감돕니다. 제 생각에는 이 요리는 소스나 향료의 맛이 아닌 재료 자체의 맛를 음미하는 음식인 것 같았습니다. 이 이유로 해외 여행 포럼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이 요리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반면 유럽 사람들은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호세 마리아 레스토랑은 이 코치니요를 위해 자체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리베라 델 두베로 지역에서 생산된 파고 데 카라오베하스(Pago de Carraovejas).
운전 때문에 반만 먹고 싸가지고 왔어요
이 와인은 코치니요의 무색 무취한 맛을 위해 태어난게 틀림 없어 보였습니다. 요리의 맛을 죽이지 않으면서 약간의 풍미를 주고 목넘김을 편하게 해주는 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남은 와인을 호텔에 가져와서 밤에 마셨는데 너무 민밋했습니다.

다음 사진은 와이프카 주문한 바칼라오. 이 요리는 소스가 매우 짜서 먹기 불편할 정도 였는데 속살은 환상이었습니다. 생태 찌게의 살을 먹는 그런 느낌과 100% 싱크되는 질감입니다.
위에 동그란건 달걀

이렇게 해서 세고비아에서의 반나절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가격 정보: 코치니요 - 21.85 유로, 생선 요리 - 18.43 유로, 와인 - 14.80 유로]

다음 계획은 바야돌리드(Valladolid)에 가서저녁 식사까지 소화하고 최대한 늦게 호텔로 복귀하는 일정이었는데 배 따시고 와인 한 잔하니 갑자기 모든게 귀찮아 지더군요. 그냥 호텔로 가서 주변을 돌아보기로 급 변경합니다.

다시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으로 열심히 액셀을 밟으며 올라가던 중 호텔에 거의 도착할 무렵 언덕위에 보이는 성 처럼 생긴 건물.
성(castle) 이야 뭐야?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성이 맞습니다.
약탈이 얼마나 심했으면 곳곳에 이런 요새가
사람들이 엄청 많길래 우리도 입장권 끊고 따라 갑니다. 근데 어라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투어 프로그램이네요.  아, 지루해. 40분간 구석 구석을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합니다.
중세 전쟁 영화 찍기 딱 좋은 장소 - 셋트장 아님

알아듣지 못하니 설명은 지루했지만 워낙 뷰가 좋은 곳에 위치하다 보니 주변 경관은 꽤 볼만합니다.
마을과 와이너리 조망권. 한국 같으면 아파트 분양 대박 날 위치

아, 그런데 안쪽을 보니 와인 박물관도 겸하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규모 였지만 성 안에 와인 박물관이라. 괜찮은 시도로 보였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모든 설명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다는 점. 그래도 아기자기 하게 재미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 좋았습니다.
포도가 자라는 토양의 단면적
예전에 와인을 병입하던 방식
코르크 삽입하던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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